[오마이뉴스] 카페·식당·편의점·극장서 벌어지고 있는 공통의 '꼼수'

3기알바연대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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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노동자는 주15시간, 월60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통상노동시간인 주40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노동자를 단시간노동자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부를 초단시간노동자로 따로 구분하고 있다.


초단시간노동자들은 단시간노동자들과 달리 주휴수당, 퇴직금, 사회보험 등의 조항에 대해 적용제외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고 주15시간이라는 기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단시간노동자들은 실제 어떻게 일하고 있으며 왜 초단시간노동을 하게 된 것일까. 또 일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지난해 12월 말 초단시간노동자 4명을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신청을 받은 후 무작위로 4명을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평소 궁금해 했던 것에 대한 질문도 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4명의 인터뷰 참가자들은 편의상 A(여성), B(여성), C(남성), D(남성)으로 표기했다.


다양한 업종과 노동시간, 노동형태


우선 인터뷰 참가자들에게 어떤 업종에서 일하고 있고, 일주일에 몇시간을 일하는지 물어보았다. 답변을 정리한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업종에서 다양한 시간형태로 초단시간노동자가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 고용형태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도 유사한 형태인지를 묻자 모두가 그렇다고 답했다. 식당, 편의점, 카페는 1~2명의 초장시간 노동자(주60시간 이상) 또는 사용자와 다수의 초단시간노동자들로 운영되고 있으며, 극장은 10~20명의 초단시간노동자들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형태의 운영이 보편화되면서 초단시간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초단시간노동자는 2022년 9월 기준 역대 최대인 18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준수받지 못하는 상황


다음 질문으로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준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여부,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 휴게시간 부여 여부, 4대보험 가입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답변을 정리한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조항조차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근로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용인들이 다양한 꼼수를 벌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 수습기간을 적용하고 근로소득자가 아닌 사업소득자로 신고하여 3.3%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며 업무에 대응해야 하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꼼수들은 명백히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임금명세서에 대한 것인데 2021년 11월부터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되었지만 누구도 임금명세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 알바연대에서 진행했던 2022년 알바노동자 실태조사에서도 52.8%의 알바노동자들이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었다.


알바노동에 대한 바뀐 인식


20대 초반에 해당했던 4명의 초단시간노동자들은 왜 알바노동을 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인터뷰 참여자들은 아래와 같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알바노동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라보는 인식이 세대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이었다.


A(여성) : "20세가 되면 독립하여 1인 가구를 이루고 경제활동을 하고 싶었다."

B(여성) : "대학 입학 이후에 용돈을 받았지만, 좀 더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싶었다."

C(남성) : "20세가 되면 으레 경체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D(남성) :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해서 공연장을 자주 가다가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알바를 하게 된 계기를 묻는 과정에서 대다수에게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가 되면 으레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구체적인 계기가 생활비 때문이든, 사회생활 경험 때문이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알바노동을 20세가 되면 으레 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별도로 하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과는 다소 다른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단시간노동 일자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효율적인 시간 활용 때문


그렇다면 이들이 여러 일자리 중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초단시간노동 일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는 초단시간노동 일자리의 증가가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인터뷰 참여자들의 답변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노동시간이 짧은 만큼 그 외에 소요되는 시간과 재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 또는 학교 인근으로 구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초단시간 일자리를 선택한 이유들에 대한 답변을 보면 대개 본인의 거주지 또는 학교와 가까운 곳이라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학업과 병행하면서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초단시간노동 이외의 선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공통으로 말했다.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서 일하는 시간이 짧다면 그에 맞게 시간 및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주지 또는 학교로부터 가까운 곳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주휴수당 등의 조건보다 거리적 이점이나 일에 대한 선호가 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노동인권에 대한 정보의 부재


다음으로 물어본 것은 초단시간노동 일자리를 선택했을 당시에 초단시간노동자에게 적용제외되는 조항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답변을 보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적용제외 조항들에 대해서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A(여성) : "구할 당시에는 몰랐고, 일하던 도중에 알게 되었다."

B(여성) : "주휴수당 적용 제외는 알고 있었는데, 퇴직금 적용 제외는 몰랐다."

C(남성) : "이번 인터뷰를 통해 초단시간노동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D(남성) : "구할 당시에는 몰랐고, 일하던 도중에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인터뷰 참가자들이 초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인해 노동조건 비교에 필요한 요소들을 놓쳤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봤을 때, 여전히 노동권,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가 존재하고 의무학습이 아니기 때문에 비어있는 구멍이 많다. 노동권,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의 확대를 넘어 의무교육화가 필요함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약한 소속감은 초단시간노동의 원인이 아닌 결과


마지막 질문으로 초단시간노동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모두가 공통으로 낮은 급여에 대한 얘기를 했으며, 시간 형태가 다양한만큼 다양한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A(여성) : 출퇴근시간의 비효율성, 사용자의 일방적인 호출 및 갑질

B(여성) : 수습 10% 감액으로 인해 낮은 급여, 손님들의 성희롱, 반말 등의 갑질

C(남성) : 쉬는 것에 대한 부담감, 커뮤니티 형성 어려움, 해고에 대한 두려움

D(남성) : 출퇴근시간의 비효율성, 휴게공간 없음, 커뮤니티 형성 어려움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출퇴근을 비롯한 준비시간의 비효율성에 대한 이야기가 우선적으로 나왔다. 거주지로부터의 거리가 일자리 선택의 우선순위이긴 하지만 일에 대한 선호로 인해 후순위로 밀리거나 거주지 이전으로 인해 거주지와 사업장이 멀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짧은 노동시간을 위해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생기게 된다.


커뮤니티, 소속감 형성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되었다. 일각에서는 초단시간노동 일자리의 증가에 대해 소속감이 약한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증가라고 말하는데,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쪼개어진 초단시간노동으로 인해 소속감이 형성될 수 없는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를 보고 원인이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초단시간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왜 초단시간노동을 하게 되었는지, 일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초단시간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통계자료에 기반한 분석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실제로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초단시간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은 후에 4명을 임의로 선정했는데 모두가 학업과 알바노동을 병행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알바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의 비중이 예전보다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추후에 또 인터뷰가 진행된다면 다양한 연령대, 상황의 초단시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려 한다.


카페·식당·편의점·극장서 벌어지고 있는 공통의 '꼼수'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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