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모두의 공약이 된 최저임금 만원

3기알바연대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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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운동, 10년을 돌아보며 ②] 


너는 듣고 있는가, 최저임금 올리라는 소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쳤다. 최저임금 만원 운동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외침이지만 좀 달랐다. 전태일 열사의 외침은 기본적인 법조차 안 지켜지는 세상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최저임금 만원 운동은 무엇이 우리의 기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향이다. 물론 처음부터 최저임금 만원 운동이 공감을 획득한 것은 아니었다.


2013년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는데 당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요구는 5600원으로 결정된 최저임금과 126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요구된 최저임금의 수준과 결정된 최저임금 그리고 만원 요구의 격차는 매우 컸다.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평균임금의 50% 수준을 원칙으로 하자는 배경이 있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이 사용자위원과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의 문제가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심의와 파행으로만 그쳐졌다. 그러나 만원이라는 요구는 최저임금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 바깥으로 끌고 왔다.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의제이자 정치적 요구로 탄생시킨 것이다.


최저임금 만원을 향한 연대


"최저임금연대에 알바연대가 초대되었을 때가 딱 2014년이었습니다. 당시에 알바연대를 제외한 최저임금연대 소속의 단체들은 최저임금 요구안이 6700원이었고 연대하는 차원에서 알바연대는 '6700원 이상'이라는 조금은 이상한 표현으로 요구안을 합의하면서 합류했습니다. 그 후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다양한 단체들과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정책 토론 등으로 노동운동 내에서의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위상을 높여갔습니다." - 알바연대 1기 사무국장 이혜정


최저임금 만원 운동은 자영업자들의 연대로 먼저 힘을 얻으며 도리어 노동계 변화를 불러왔다. 2013년 5월에 만들어진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맘상모)'등 소상공인들이 이 과정에서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최저임금을 외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목소리를 함께 냈다.


이후 2015년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계 요구에 독특한 표현이 포함되었다. '이상'이다. 이전까지 구체적인 금액만을 요구로 해왔는데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반영해 6700원 '이상'이라는 범주를 넣어 요구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도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2014년 11월 정의당 당시 원내대표였던 심상정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의)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1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연합은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인영 당시 후보는 같은 후보였던 문재인에게 최저임금 만원 공약에 대해 토론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최저임금 만원의 정치적 위상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한편 노동계는 2016년 최저임금에 대한 요구를 만원으로 채택했다.


대통령 후보들의 최저임금 만원이라는 동상이몽


박근혜 탄핵 이후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최저임금 만원이 대통령 후보들의 대표 공약으로 등장한다. 최저임금 만원 운동의 고무적인 성과였다. 후보들 저마다 최저임금 만원을 이행하는 속도 차이는 있었지만 2012년 단 한 명의 대통령 선거 무소속 후보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만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모아냈고 노동계로, 시민사회로, 정치계로 뻗어 보다 현실화할 수 있는 기점에 놓인 것이다.


최저임금 만원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더더욱 최저임금 만원의 현실화가 선명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기대에 반해 박근혜 집권 기간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보다 낮았고 결과적으로는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최저임금 만원은 모두의 공약이 되었으나 그 끝은 누구도 지키지 않은 약속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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